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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AI

기업 AI 도입, 업체를 많이 만날수록 더 혼란스러운 이유

2026년 9월 2일· 읽는 시간 12분· 노슈니

"여러 업체를 만나 모두 좋은 제안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정작 어떤 방향을 잡아야 할지 오히려 더 혼란스러워졌습니다." 기업의 AI 시스템 구축을 돕다 보면 이 말을 자주 듣습니다. 제안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회사에 비교할 기준이 없어서 생기는 일입니다.

이상하게 들리실 수 있습니다. 좋은 제안을 여러 개 받았으면 선택지가 넓어진 것인데, 왜 더 막막해질까요. 저는 지금도 한 기업의 업무 시스템 기준을 세우는 컨설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정리한 이야기를 나눠보려 합니다.

이 글은 AI 도입을 검토 중인 대표님과 교육·기획 담당자를 기준으로 씁니다. 무엇부터 정해야 하는지, 어디에 돈을 쓰지 말아야 하는지, 그리고 사내 교육은 그 순서 어디에 들어가는지까지 순서대로 다룹니다.

01 제안이 다 다른 건 업체 탓이 아닙니다

업체마다 제안이 다른 이유는 단순합니다. 각자 자기 방식이 있기 때문입니다.

어떤 곳은 챗봇부터 만들자고 합니다. 어떤 곳은 대시보드를 제안합니다. 어떤 곳은 자동화 도구를 붙이자고 합니다. 셋 다 틀린 말이 아닙니다. 다만 서로 다른 기준 위에 서 있을 뿐입니다.

문제는 그다음입니다. 제안을 비교하려면 회사에 자기만의 기준이 있어야 합니다.

이 세 가지에 답할 수 없으면, 어떤 제안을 받아도 판단이 서지 않습니다. 그래서 업체를 많이 만날수록 오히려 혼란스러워집니다.

기준이 없는 상태에서 도구부터 고르면, 기준이 정해질 때마다 도구를 다시 만들게 됩니다. 시간도 비용도 두 번 씁니다.

02 AI 자동화라고 부르지만 AI 과제가 아닌 것들

컨설팅을 시작하면 대부분의 회사가 이미 정리해둔 목록을 보여주십니다. "이런 걸 AI로 자동화하고 싶다"는 목록입니다.

그런데 그 목록을 하나씩 뜯어보면, 상당수가 AI에게 시킬 일이 아닙니다. 이런 것들은 AI에게 맡기면 오히려 느리고 부정확합니다.

하고 싶다고 적어 오신 일실제 성격맡겨야 할 곳
시스템끼리 데이터를 주고받게 하기개발 과제개발사
정해진 조건에 알림 보내기알림 자동화 설정자동화 도구
파일을 정해진 위치로 옮기기시스템 연동개발사 · 자동화 도구
담당자마다 다른 처리 방식 통일하기규칙을 정하면 끝나는 일회사 내부 합의
두 자료를 대조해 안 맞는 것만 찾기AI 과제AI
확정된 자료를 다른 형식으로 정리하기AI 과제 (초안까지)AI + 사람 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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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사에 맡겨야 할 일을 AI 컨설팅사에 의뢰하거나, 반대로 기준 설계를 개발사에 맡기게 되면 비용은 비용대로 나가고 결과는 나오지 않습니다.

그래서 저는 컨설팅 초반에 이 분류부터 합니다. 무엇이 AI 과제이고, 무엇이 개발 과제이고, 무엇이 그냥 규칙을 정하면 끝나는 일인지를 나눕니다. 이 분류만 해도 어디에 돈을 쓰지 말아야 하는지가 보입니다.

03 AI에게 "만들어"는 위험하고 "찾아"는 안전합니다

AI를 업무에 붙일 때 가장 중요한 질문은 "AI가 얼마나 똑똑한가"가 아닙니다. "AI가 틀렸을 때 무슨 일이 일어나는가"입니다.

같은 AI라도 무엇을 시키느냐에 따라 위험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저는 세 가지로 나눕니다.

시키는 일예시틀렸을 때 벌어지는 일맡기는 범위
맞춰보기장부와 실제 입금 내역을 비교해 안 맞는 건만 뽑기지금과 똑같음. 어차피 사람이 확인 중전부 맡겨도 됨
모양 바꾸기확정된 원본 데이터를 보고서 형식으로 정리숫자 하나만 잘못 옮겨도 틀린 보고서가 위로 올라감초안까지만
판단하기이게 타당한가,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상대가 있고 맥락이 매번 다름. 회사가 실제로 손해를 봄참고용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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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춰보기가 가장 안전한 이유

두 개의 자료를 주고 "다른 곳만 알려줘"라고 시키는 방식입니다. AI가 놓쳐도 지금과 똑같습니다. 잘못 짚어도 사람이 확인하고 넘어가면 끝입니다. 원본을 건드리지 않기 때문에 되돌릴 일 자체가 없습니다.

모양 바꾸기는 초안까지만

결과물이 그대로 보고서가 되어 나가기 때문에, 해석과 결론은 사람이 씁니다. AI는 형식을 맞추는 데까지만 씁니다.

판단하기는 결과를 그대로 쓰지 않습니다

참고용으로 쓸 수는 있어도 그대로 내보낼 수는 없습니다. 여기를 자동화하고 싶어질 때가 가장 위험한 순간입니다.

돈이 나가거나 세금 신고가 걸린 업무는 자동화하지 않습니다. 검증만 붙입니다.

계산은 사람이 하고, 맞는지 확인하는 일만 AI에게 맡기는 방식입니다. AI가 틀려도 돈이 나가지 않는 구조를 먼저 만들어두는 것입니다.

04 기준의 재료는 이미 회사 안에 있습니다

"기준서를 만들자"고 하면 대부분 부담스러워하십니다. 처음부터 다 써야 한다고 생각하시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실제로 컨설팅을 시작해보면, 회사 안에 이미 재료가 있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전부 판단 기준입니다. 직원들은 이미 알고 있습니다. 다만 여기저기 흩어져 있어서 조직의 자산이 아닐 뿐입니다.

기준서를 만드는 일은 없던 것을 창조하는 작업이 아닙니다. 흩어진 것을 모아서 한 곳에 정리하고, 빠진 부분만 채우는 작업입니다. 그리고 이 작업을 해두면 담당자가 바뀌어도 일이 흔들리지 않습니다. 그게 회사의 자산입니다.

05 그래서 순서는 기준이 먼저입니다

정리하면 제 컨설팅의 순서는 이렇습니다.

  1. 지금 어디가 새고 있는지 진단합니다
  2. 무엇을 자동화하고 무엇을 사람이 계속할지 기준을 정합니다
  3. 그 기준을 문서로 고정합니다
  4. 기준이 선 다음에 도구를 붙입니다

도구를 먼저 붙이고 기준을 나중에 정하면, 기준이 바뀔 때마다 도구를 다시 만들어야 합니다. 그게 가장 비싼 실패입니다.

제가 가장 경계하는 상황도 이것입니다. 도구만 늘고 기준은 서지 않는 것.

기준이 서 있으면 어떤 도구를 붙일지, 어떤 업체에 무엇을 맡길지 회사가 직접 판단할 수 있게 됩니다. 그때부터는 컨설턴트 없이도 결정이 가능해집니다.

06 사내 AI 교육은 이 순서의 어디에 들어가나요

많은 회사가 교육을 이렇게 배치합니다. 도구를 도입하고, 사용법 교육을 하고, 끝. 그런데 이 순서에서 교육은 도구 설명회가 됩니다. 그날은 다들 신기해하시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아무도 쓰지 않게 됩니다.

이유는 단순합니다. 교육에서 다룬 예제가 그분들의 업무가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챗GPT로 이메일 쓰는 법을 배우고 자리로 돌아가면, 정작 그분이 하루의 대부분을 쓰는 일에는 아무것도 바뀌지 않습니다.

전 직원 교육이 항상 답은 아닙니다

전사 교육은 인식을 맞추는 데는 좋습니다. 다만 인식만으로는 업무가 바뀌지 않습니다. 실제로 업무가 바뀌는 건 그 업무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이 자기 일을 직접 붙여봤을 때입니다.

그래서 저는 전사 교육과 실무자 교육을 분리해서 설계합니다.

단계대상목표끝났을 때 남는 것
1단계 · 인식전 직원AI로 뭘 할 수 있고, 뭘 맡기면 안 되는지 감을 맞추기공통 언어와 사용 원칙
2단계 · 적용업무를 아는 실무자자기 업무 한 건을 실제로 AI에 붙여보기돌아가는 결과물 한 개
3단계 · 정착팀 단위쓰기로 한 방식을 기준과 절차로 고정하기담당자가 바뀌어도 남는 문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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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이 끝났을 때 무엇이 남았는지로 판단하세요

좋은 교육의 기준은 만족도 점수가 아닙니다. 끝났을 때 회사에 무엇이 남았는가입니다.

셋 다 없다면 그건 교육이 아니라 시연이었을 가능성이 큽니다.

교육과 컨설팅은 순서가 있습니다

기준 없이 교육부터 하면 각자 다른 방향으로 잘 쓰게 됩니다. 좋아 보이지만 회사 자산으로 쌓이지 않습니다. 반대로 컨설팅만 하고 교육을 하지 않으면 문서는 남는데 아무도 그 문서대로 일하지 않습니다.

기준을 세우고, 그 기준 위에서 교육하고, 교육에서 나온 결과물로 기준을 다시 다듬는 순서가 실제로 굴러갑니다.

07 지금 우리 회사는 어느 단계일까요

아래 항목 중 몇 개에 해당하는지 확인해보세요.

판단 기준

세 개 이상 해당되신다면, AI를 붙일 때가 아니라 기준을 세울 때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기준을 세우는 데 얼마나 걸리나요?

회사 규모와 업무 범위에 따라 다릅니다. 다만 한 가지는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범위를 좁게 잡을수록 빨리 끝나고, 넓게 잡을수록 아무것도 완성되지 않습니다. 처음부터 전사를 다루기보다 가장 중요한 업무군 하나로 시작하시는 편을 권합니다.

직원들이 바빠서 시간을 낼 수 없는데 가능할까요?

가능합니다. 실무자분들께는 인터뷰만 부탁드리고, 문서로 정리하는 작업은 제가 맡는 방식으로 진행할 수 있습니다. 실무를 병행하는 상황에서 문서 작성까지 요구하면 프로젝트가 중간에 멈춥니다.

무엇부터 준비하면 되나요?

업무분장표가 있으면 진단을 시작할 수 있습니다. 없더라도 담당자별로 어떤 일을 하는지 정리된 자료면 충분합니다. 완벽하게 정리해두실 필요는 없습니다. 정리되지 않은 상태 자체가 진단의 대상이기도 합니다.

AI 도구를 이미 쓰고 있는데 늦은 건가요?

아닙니다. 오히려 이미 써보신 분들이 무엇이 안 되는지 아시기 때문에 기준을 세우기가 더 수월합니다. 도구를 버릴 필요도 없습니다. 기준이 서면 그 도구를 어디에 쓸지가 명확해집니다.

사내 AI 교육은 전 직원에게 시켜야 하나요?

전 직원 교육은 인식을 맞추는 데 효과가 있지만, 그것만으로 업무가 바뀌지는 않습니다. 전사 교육으로 공통 원칙을 맞추고, 실제 적용 교육은 그 업무를 가장 잘 아는 실무자를 대상으로 따로 설계하는 편을 권합니다. 두 가지는 목표가 다르기 때문에 한 번에 묶으면 둘 다 얕아집니다.

AI 교육을 한 번 했는데 아무도 쓰지 않습니다. 왜 그런가요?

교육에서 다룬 예제가 그분들의 실제 업무가 아니었을 가능성이 큽니다. 도구 사용법은 하루면 익히지만, 자기 업무에 어떻게 붙일지는 자기 업무 자료를 가지고 직접 해봐야 남습니다. 교육이 끝났을 때 각자 손에 결과물이 하나씩 남았는지로 확인해보시면 됩니다.

교육과 컨설팅 중 무엇을 먼저 해야 하나요?

기준을 세우는 일이 먼저입니다. 기준 없이 교육부터 하면 직원마다 다른 방식으로 쓰게 되어 회사 자산으로 쌓이지 않습니다. 다만 규모가 작거나 이미 방향이 정해진 경우에는 진단과 교육을 함께 묶어 진행하기도 합니다.

회사에 개발자가 없어도 가능한가요?

가능합니다. 기준을 세우는 단계는 개발과 무관합니다. 오히려 이 단계에서 무엇이 개발 과제이고 무엇이 아닌지가 갈리기 때문에, 개발 인력이 없는 회사일수록 먼저 하시는 편이 낫습니다. 개발이 필요한 항목만 추려서 외부에 맡기면 됩니다.

어느 정도 규모의 회사에 맞나요?

규모보다는 상태가 기준입니다. 같은 업무를 여러 사람이 각자의 방식으로 하고 있고, 그 방식이 문서로 남아 있지 않다면 규모와 상관없이 대상이 됩니다. 반대로 규모가 커도 업무 기준이 이미 문서화되어 있다면 바로 도구 단계로 넘어가셔도 됩니다.


마치며

AI를 도입한다는 건 도구를 사는 일이 아닙니다. 우리 회사가 무엇을 중요하게 보는지, 어디까지는 기계에 맡기고 어디부터는 사람이 판단할지를 정하는 일입니다. 그 결정이 서 있어야 도구가 제자리를 찾습니다.

혹시 지금 여러 제안 사이에서 판단이 서지 않으신다면, 그건 제안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기준이 아직 없어서일 수 있습니다.

이어서 읽기

클로드 스킬·커넥터·플러그인·MCP, 뭐가 다른가요?
기준이 선 다음 어떤 도구를 붙일지 고민 중이시라면 이 글이 도움이 됩니다.

이 글을 쓴 사람

노슈니 (오수인)

비개발자를 대상으로 클로드와 클로드 코드를 가르치는 AI 강사입니다. 기업에서는 업무 기준을 세우는 컨설팅과 사내 AI 교육을 함께 진행하고 있습니다.

기준을 어디서부터 잡아야 할지 막막하시다면 편하게 문의 주세요. 현재 상황을 함께 살펴보고, 무엇부터 손대면 좋을지 정리해드리겠습니다.

작성 2026년 9월 2일 · 최종 수정 2026년 9월 2일